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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및 판례

제목

사기죄, 더 이상 속은 자가 속은 결과를 미리 알고 있지 않아도 된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164
내용


사안의 내용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중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쟁점이 된 부분만 기재하고, 사안을 간략히 정리함

피고인 등은 토지의 소유자인 피해자 오OO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거짓말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위 피해자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위 피해자 소유의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합계 10억 5,000만 원인 근저당권을 대부업자 등에게 설정하여 주고, 7억 원을 차용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

피고인 등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오OO, 김OO를 기망하여 피해자들 소유의 토지에 관하여 피고인을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합계 1억 8,000만 원인 근저당권을 대부업자에게 설정하여 주고, 1억 2,000만 원을 차용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

피고인 등은 3,000만 원 차용을 위해 필요한 근저당권설정 서류라고 거짓말하여 피해자 전OO으로부터 채권최고액 3,000만 원, 채무자 피고인, 근저당권자 김##을 내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와 채권최고액 1억 2,000만 원, 채무자 피고인, 근저당권자 고##을 내용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각 서명․날인을 받고,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 및 위임장 등에 날인을 받는 한편, 위 피해자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았으며, 이를 이용해 위 근저당권자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합계 1억 원을 차용함. 이로써 위 1억 원 중 피해자에게 교부한 3,000만 원을 제외한 7,000만 원의 이익을 편취함

 

 사실심의 판단

제1심 : 위 각 사기 부분 무죄 (나머지 죄로 징역 2년 6월)

항소심 : 위 각 사기 부분 무죄 (나머지 죄로 징역 3년)

 

대법원의 판단

 종전 판례의 태도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게 하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처분행위라고 하는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고 그것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한다.

 

 사건의 쟁점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만 하는지 여부(종전 판례의 타당성 여부)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된 경우(이하 ‘서명사취 사안’이라 함)에도, 처분의사와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다수의견(7명) :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지 않고, 서명사취 사안에서도 처분행위와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음 파기환송 의견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더라도 처분행위로 평가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있는 이상,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임. 이에 반하는 종전 판례를 변경함

사기죄의 본질과 그 구조, 처분행위와 그 의사적 요소로서 처분의사의 기능과 역할, 기망행위와 착오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행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행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는 인정되는 것임

이와 달리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326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769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함

서명사취 사안에서도 처분의사와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있음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함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됨

 

⊙ 반대의견(6명) :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고, 서명사취 사안에서도 처분의사와 처분행위를 인정할 수 없음상고기각 의견

절도죄와 구분되는 사기죄의 본질에 비추어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임

종전 판례는 정당한 것으로 변경될 것이 아님

서명사취 사안의 경우에는, 피기망자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처분문서를 작성한다는 내심의 의사가 전혀 없어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음

 

판결의 의의

사기죄에서 처분의사의 의미를 사기죄의 본질 및 처분행위의 역할, 다른 구성요건인 착오의 의미 등에 비추어 재해석함으로써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있어야만 처분의사가 인정되고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본 종전 판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를 변경함

그 결과 피기망자로 하여금 자신이 처분행위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의 더 지능적이고 교묘한 기망행위를 사용한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 처벌이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음

보이스피싱 범죄 중 피해자를 속여 피해자가 자신 계좌의 돈을 이체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송금을 받는 경우(예를 들어 세금환급을 해 준다고 속이고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계좌로 돈을 송금 또는 이체하도록 하는 변종 보이스피싱 범죄)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됨

사기죄 성립 여부에 대한 일반인의 법 감정과 더욱 부합할 수 있게 됨

 

출처 : [대법원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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